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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들이 모여 소용돌이 무늬를 만드는 이유, 패니바실러스의 집단행동

한천배지 위에 세균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대개 둥근 집락이 바깥쪽으로 퍼져 나간다. 그런데 “Paenibacillus vortex” V453은 작은 회전 집단을 만들고, 이 집단들이 이동하면서 가지처럼 연결된 흔적을 남긴다. 며칠이 지나면 배지 위에는 수많은 소용돌이와 방사형 통로가 얽힌 복잡한 무늬가 펼쳐진다. 누군가 방향을 정하고 무늬를 설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세균이 주변 세포 및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 내는 자기 조직화 현상이다. 이 균주는 1990년대 초 세균 집락의 패턴 형성을 연구하던 에셸 벤제이콥 연구진을 통해 알려졌다. 세포는 길쭉한 막대 모양이고 표면 전체에 여러 편모가 돋아 있으며, 조건이 나빠지면 내생포자를 만들 수 있는 그람양성 계통의 세균이다. 다만 학명에는..

박테리아 2026. 9. 9. 09:32
세균의 내부는 정말 단순할까? 게마타 옵스큐리글로부스가 특별한 이유

세균과 진핵세포를 구분할 때 흔히 세균에는 핵막으로 둘러싸인 핵과 막성 세포소기관이 없다고 설명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담수에서 분리된 Gemmata obscuriglobus는 이러한 설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세균이다.구형 또는 배 모양에 가까운 세포 안에는 여러 겹으로 접힌 복잡한 막이 있고, DNA와 라이보솜도 특정 영역에 조밀하게 모여 있는 것처럼 관찰된다. 1991년 전자현미경 연구에서는 DNA가 이중막에 둘러싸여 있다는 해석이 제시됐다. 세균에서 진핵세포의 핵과 비슷한 구조가 발견됐다는 주장이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받았다.G. obscuriglobus는 현재 플랑크토미세토타문에 속하며, 1984년 새로운 속과 종으로 처음 보고됐다. 모세포의 한쪽에서 작은 딸세포가 자라나는 출아 방식으로 ..

박테리아 2026. 9. 8. 09:28
강한 방사선 환경을 견디는 루브로박터의 붉은 생존 전략

1970년대 일본 연구진은 방사선에 강한 미생물을 찾기 위해 온천수에 감마선을 조사한 뒤 살아남은 세균을 배양했다. 그 과정에서 붉은 집락을 만드는 균주 P-1이 분리됐고, 1973년 Arthrobacter radiotolerans라는 이름으로 보고됐다. 이후 세포벽 성분과 지질, 계통 관계가 기존 Arthrobacter와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1988년 신설된 Rubrobacter속으로 옮겨졌다. 현재의 정식 학명은 Rubrobacter radiotolerans다. 속명 Rubrobacter는 ‘붉은 세균’, 종소명 radiotolerans는 ‘방사선을 견디는’이라는 뜻이다. 이 세균은 Actinomycetota문에 속하는 산소호흡성 그람양성 세균으로 포자를 만들지 않는다. 세포는 성장 단계..

박테리아 2026. 9. 7. 10:50
철로 나선형 흔적을 만드는 갈리오넬라는 어떻게 살아갈까?

철분이 많은 샘이나 지하수 배관을 살펴보면 붉은 갈색 침전물 사이에서 가느다란 리본이 비틀린 듯한 구조가 발견될 때가 있다. 녹이 슨 철사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오랫동안 이 흔적은 세균 자체보다 먼저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독일의 박물학자 크리스티안 고트프리트 에렌베르크는 1838년 이러한 철 침전 구조를 만드는 미생물을 Gallionella ferruginea로 기록했다. 종소명 ferruginea는 녹슨 철과 같은 색을 뜻한다.G. ferruginea는 현재 Pseudomonadota문, Gallionellaceae과에 속하는 담수성 철산화세균으로 분류된다. 세포는 대략 폭 0.5~0.8마이크로미터, 길이 0.8~1.5 마이크로미터인 콩팥 또는 초승달 모양이며, 세포의 오목한 ..

박테리아 2026. 9. 6. 10:39
중금속 속에서 살아가는 쿠프리아비두스와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금

금은 화학적으로 안정한 금속이지만 자연에서 언제나 반짝이는 덩어리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토양과 지하수에는 염화물이나 황을 포함한 분자와 결합해 이동하는 금 이온 착물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용해성 금 화합물은 미생물 세포에 강한 독성을 나타낸다. Cupriavidus metallidurans CH34는 금을 포함한 여러 금속에 노출돼도 살아남는 대표적인 세균이다. 1976년 벨기에의 아연 제련 시설 침전조에서 분리됐으며, 금속이 많이 쌓인 산업 슬러지에서 자라고 있었다. 운동성이 있는 그람음성 막대균으로 포자를 만들지 않으며, 유기물을 이용하거나 조건에 따라 수소를 산화해 성장할 수 있다. 처음에는 Alcaligenes eutrophus와 Ralstonia metallidurans 등으로 불렸지만 분류..

박테리아 2026. 9. 5. 09:29
얼음과 심해에서도 살아가는 콜웰리아의 극저온 생존 전략

바닷물은 염분 때문에 순수한 물보다 낮은 온도에서 언다. 해빙이 만들어지면 물만 먼저 얼고 소금은 좁은 액체 통로에 농축된다. 그 안에 갇힌 미생물은 영하의 온도와 높은 염분, 부족한 영양분을 동시에 견뎌야 한다. Colwellia psychrerythraea는 이런 환경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해양 저온성 세균이다. 산소를 이용하고 유기물을 먹는 그람음성 막대균으로, 하나 이상의 극성 편모를 이용해 움직인다. 속명은 해양미생물학자 리타 콜웰의 이름에서, 종소명은 ‘차갑고 붉은빛을 띤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이 종은 1972년 가자미 알에서 분리된 균주가 처음 Vibrio psychroerythrus로 보고된 뒤 1988년 신설된 Colwellia속으로 옮겨졌다. 현재 정확한 학명 철자는 라틴어 문법을 바로..

박테리아 2026. 9. 4. 09:25
다른 세균에 달라붙어 영양분을 빼앗는 미카비브리오의 사냥법

세균을 잡아먹는 세균이라고 하면 먹잇감의 세포 안으로 침입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Micavibrio aeruginosavorus는 먹잇감의 몸속에 들어가지 않는다. 다른 세균의 표면에 단단히 붙은 상태에서 영양분을 얻고, 먹잇감이 죽을 때까지 그 자리에서 성장한다.이 세균은 1980년대 초 폐수에서 녹농균 Pseudomonas aeruginosa을 먹잇감으로 이용하는 균주로 분리됐다. 길이가 약 0.5~1.5마이크로미터인 작고 약간 굽은 그람음성 막대균이며, 먹잇감을 찾는 단계에서는 한쪽 끝에 달린 편모로 이동한다. 종소명 aeruginosavorus에도 녹농균을 먹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분류명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M. aeruginosavorus는 논문과 유전체 데이터베이스에서 널리 사..

박테리아 2026. 9. 3. 08:22
세균으로 콘크리트 균열을 메울 수 있을까? 스포로사르시나의 특별한 능력

콘크리트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면 처음에는 표면의 작은 흠처럼 보인다. 그러나 균열을 통해 물과 산소, 염화 이온과 이산화탄소가 내부로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철근의 부식이 시작될 수 있고, 부식 생성물의 부피가 커지면서 주변 콘크리트에 압력을 가하면 균열과 박리가 더욱 진행된다.균열을 탄산칼슘으로 메우는 연구에서 자주 등장하는 세균이 Sporosarcina pasteurii다. 이 세균은 요소를 빠르게 분해하는 유레이스 효소의 활성이 높다. 요소가 분해되면서 주변 pH가 상승하고, 칼슘 이온이 존재하면 탄산칼슘 결정이 침전한다. 연구자는 이 반응을 이용해 콘크리트의 공극과 균열을 채우거나 느슨한 모래를 굳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S. pasteurii는 과거 Bacillus pasteurii로 불렸..

박테리아 2026. 9. 2. 13:03
심해에서 철을 산화하며 살아가는 마리프로푼두스가 남기는 흔적

하와이 빅아일랜드 남동쪽 해저에는 오랫동안 로이히 해산으로 불렸던 활화산이 있다. 2021년 하와이 지명위원회는 이 해저 화산의 공식 명칭을 카마에후아카날로아로 변경했다. 이곳의 열수 분출 지역에서는 철(II)이 풍부한 열수와 산소를 포함한 차가운 바닷물이 만나 넓은 주황색 철 침전물을 만든다.열수공 주변의 철 미생물 매트에서 분리된 PV-1 균주는 2007년 Mariprofundus ferrooxydans라는 새로운 속과 종으로 제안됐다. 2010년에는 국제세균명명규약에 따라 학명이 정식으로 등재됐다. 이 균주는 당시 배양된 해양 철 산화 세균 가운데 기존 계통과 뚜렷하게 구별됐으며, 이후 제타프로테오박테리아를 연구하는 대표 생물이 됐다.M. ferrooxydans는 콩팥처럼 굽은 막대 모양의 그람음성..

박테리아 2026. 9. 2. 09:01
곤충의 몸속에서 빛나는 포토랍두스는 왜 빛을 낼까

Photorhabdus luminescens는 배양 접시와 감염된 곤충의 몸에서 청록색 빛을 내는 세균이다. 속명 Photorhabdus에는 빛을 내는 막대 모양 세균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육상 환경에서 살아가는 발광 세균이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이 세균의 생활사에서 빛보다 먼저 살펴봐야 할 대상은 곤충병원성 선충이다.P. luminescens는 흙 속을 혼자 돌아다니며 곤충을 찾아 공격하지 않는다. Heterorhabditis속 선충의 감염성 유충이 세균을 몸 안에 보유한 채 토양을 이동한다. 선충이 곤충 안으로 침입하면 세균이 방출되고, 세균은 곤충의 면역반응을 무너뜨리는 독소와 조직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든다. 선충은 이렇게 조성된 환경에서 성장하고 번식한다.이 관계는 한쪽만 이익을 얻는 기생과 ..

박테리아 2026. 9. 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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